기역샘의 사고력 수학

사고력 수학이란?

문제집 없이도 수학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까

‘사고력 수학’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복잡한 규칙을 찾아야 하는 문제, 한참 생각해야 풀리는 퍼즐, 혹은 별도의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떠올리는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학을 하면서 사고력이 꼭 어려운 문제에서만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느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접어보기도 하고, 칠교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여러 번 실패한 뒤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친구가 만든 방법을 보고 “나는 다르게 해볼래.”라고 말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 역시 아주 좋은 수학적 사고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칠교와 종이접기, 퍼즐 등 다양한 수학 놀이를 하며 생각하는 초등학생들
사고력 수학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시간만이 아니라, 직접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시작됩니다.

사고력 수학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공부일까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분명 사고력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난이도와 사고의 깊이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닙니다.

계산이 복잡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와, 계산은 거의 없지만 여러 방법을 떠올려야 하는 문제는 아이에게 전혀 다른 생각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칠교 조각으로 어떤 모양을 만드는 활동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숫자도 없고 계산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조각의 모양을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두 조각을 합치면 어떤 모양이 될지 예상합니다. 실제로 놓아본 뒤 맞지 않으면 다시 분해하고 다른 위치를 찾습니다.

관찰하기 → 예상하기 → 시도하기 → 확인하기 → 방법 바꾸기

이 과정에는 수학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 있습니다.

제가 여러 학년에서 수학 놀이를 하는 이유

제가 만들어 온 수학 활동 중에는 특정 학년의 특정 단원에 딱 맞춘 자료도 있지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과 관계없이 해볼 수 있는 활동도 있습니다.

칠교놀이가 대표적입니다. 같은 조각을 주어도 저학년과 고학년이 접근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일단 조각을 움직이며 답을 찾고, 어떤 아이는 머릿속에서 먼저 모양을 예상한 뒤 움직입니다.

종이를 접어 같은 숫자를 모으는 활동, 조각을 배치하는 퍼즐, 마방진처럼 수의 관계를 찾아가는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년이 올라간다고 해서 이런 활동이 너무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건이나 질문을 조금 바꾸면 같은 활동에서도 더 깊은 생각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 반응이 좋았던 사고력 수학 활동들

제가 아이들과 해본 활동을 떠올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설명을 오래 듣기보다 아이들이 손을 움직이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는 시간이 길다는 것입니다.

칠교놀이

조각을 돌리고 뒤집고 합치면서 도형의 구성과 분해, 공간 감각을 자연스럽게 경험합니다.

종이접기 수학

조건에 맞도록 종이를 접으며 결과를 예상하고, 실패하면 새로운 접기 방법을 찾아봅니다.

도형 퍼즐

브로큰하트퍼즐이나 도형을 나누는 활동처럼 하나의 모양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마방진

계산 자체보다 수의 배치와 관계를 살펴보며 규칙을 찾고 전략을 수정합니다.

트러스트 아치

구조를 직접 만들며 모양과 힘의 관계를 예상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습니다.

변신하는 도형

삼각형과 사각형 등 도형을 분해하고 다시 구성하면서 도형 사이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이런 활동은 겉으로 보면 ‘놀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예상하고, 실패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다시 시도하는지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꽤 많은 수학이 있습니다.

한 가지 수학 퍼즐을 여러 방법으로 해결하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초등학생
같은 답을 찾더라도 어떤 방법으로 생각했는지 설명해보면 활동은 더 깊은 수학으로 이어집니다.

정답을 빨리 찾은 아이가 사고력이 좋은 걸까요?

수학 놀이를 하면 재미있는 장면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금방 답을 찾고, 누군가는 한참 동안 조각을 움직입니다. 그러면 빨리 해결한 아이가 더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답을 찾은 뒤에 한 번 더 질문해보는 편입니다.

이때 재미있는 차이가 나타납니다.

우연히 빠르게 답을 찾았지만 자신의 방법을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도 있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실패했던 방법과 성공한 방법의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사고력은 정답까지 걸린 시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패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보통 학습에서는 틀리는 시간을 줄이려고 합니다. 정답을 알려주고, 가장 효율적인 풀이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 방법을 반복해서 연습하게 합니다.

물론 기본 기능을 익혀야 할 때는 이런 학습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고력 활동에서는 아이가 조금 헤매는 시간을 너무 빨리 없애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칠교 조각이 맞지 않아 다시 빼보는 순간, 종이를 잘못 접어 처음으로 돌아가는 순간, 숫자를 배치했는데 조건이 맞지 않아 자리를 바꾸는 순간에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합니다.

“틀렸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안 됐지?” → “그러면 어디를 바꿔야 하지?”로 생각이 이어지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고력 활동을 할 때 아이가 잠시 막혔다고 바로 답을 알려주기보다 작은 힌트를 주려고 합니다.

좋은 힌트는 정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아이가 오래 고민하면 어른은 답을 알려주고 싶어집니다. 특히 답을 이미 알고 있다면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조각을 여기 놓아봐.”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의 탐색은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대신 이런 식으로 질문할 수 있습니다.

답으로 가는 길을 직접 보여주기보다 아이가 다시 생각할 지점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문제집 없이도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사고력 문제집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 만든 문제는 아이에게 평소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을 제공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사고력을 기르는 방법을 문제집 하나로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퍼즐을 맞추고, 도형을 움직이고, 종이를 접고, 규칙을 찾고, 친구의 방법과 내 방법을 비교하는 것도 충분히 수학적인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의 장점은 수학을 잘하는 아이만 참여하는 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평소 계산 문제에서는 자신 없어 하던 아이가 도형 퍼즐에서는 누구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합니다. 반대로 계산이 빠른 아이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퍼즐 앞에서 오래 고민하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수학에는 여러 종류의 잘함이 있다’는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저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놀이만 하면 저절로 사고력이 길러질까요?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활동하고 끝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수학 수업으로 한 걸음 더 연결하려면 활동 뒤에 생각을 꺼내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습니다.

길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어떤 방법을 썼어?”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어?”
“다시 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해볼래?”

이 정도 질문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이 한 행동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제가 앞서 이야기했던 ‘학습소화시간’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활동을 많이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한번 꺼내보는 것입니다.

사고력 수학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18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수학을 하면서, 모든 아이에게 어려운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것이 사고력을 기르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궁금해하고, 직접 만져보고, 예상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자신의 방법을 설명하는 경험을 충분히 주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사고력 수학의 핵심은 어려운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순간에 있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제가 실제 교실에서 활용해온 활동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그중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여러 학년에서 꾸준히 반응이 좋았던 칠교놀이입니다. 일곱 개의 작은 조각 안에 생각보다 많은 수학이 들어 있습니다.